공동체 의식이 살아있는 마을굿은 가장 건강한 무속의 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무당이 주관하는 마을굿은 쇠퇴하고 있고 그 소멸 속도가 상당히 빨라서 얼마 가지 않아 우리 사회에서 보기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현존하는 무당의 마을굿은 지역에 따라 대략 네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도시 속에서 잔존하는 서울의 마을굿이 있고, 둘째는 제주도의 당굿이 있습니다. 제주도는 여성들이 굿을 주관한다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셋째로 동해안의 어촌에서 전승하는 별신굿이 있습니다. 이들은 생업의 필요에 따라서 굿을 하며 비교적 과거의 전통을 충실하게 전승하는 편이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소위 인간문화재들이 주도하는 굿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하나하나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한 복판에서 아직 마을굿이 전승되고 있습니다. 자생적으로 존속하지만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일부 주민들의 행사인 점이 특징입니다. 서울에는 현재 극히 소수의 토박이 주민들이 주관하는 부군당 굿, 도당굿이 있고 한강 이남 경기도 지역에서는 세습무에 의한 도당굿이 전승되고 있습니다. 부군당 굿은 과거 한강을 생활근거지로 하던 동빙고동, 서빙고동, 이태원, 보광동, 한남동, 밤섬에서 전승되고 있고, 도당굿은 최근까지 농사를 짓던 마을에서 산을 중심으로 행하는데 봉화산 도당, 고양시 말머리 도당 그리고 북한산 등지의 굿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굿들은 소수의 토박이들이 벌이는 그들만의 축제입니다. 대부분 농사를 짓거나 한강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도시화의 물결에 밀려서 생업을 바꾼 채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은 해마다 하는 당굿을 통해 이 땅의 주인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영향으로 갑자기 생활환경이 달라지고 생활수단까지 바꾸어야 했던 토박이 주민들이 굿을 통해 기존의 공동체 조직을 유지함으로써 자신에 존재 근거를 재확인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집단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선 자리를 확인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굿을 전승함으로써 자신들이 아직까지 이 마을의 주인이라는 자신감을 회복하려고 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이미 바뀌어 버린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굿을 통해 전통적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을 고수하고, 또한 그들이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림으로써 감당하기 어려운 외부 사회로부터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러한 굿들입니다. 이들은 대개 노인들입니다. 따라서 한 세대가 끝난 뒤에는 굿의 전승도 끊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운이 좋으면 아마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맥을 잇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제주도 당굿을 들 수 있습니다. 제주도는 도 전역에서 당굿이 전승되고 있는데 정월의 신과세굿이 가장 보편적이고 해안에서는 해녀 중심의 영등굿, 목축과 농사를 주로 하는 중산간지역에서는 백중굿이 큽니다. 2월 중순에 행하는 영등굿 외에 해녀들이 많은 마을에서는 잠수굿을 따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7월에는 서귀포나 남원 같은 남부지역에서 마 불림 굿을 했으나 최근에는 전승이 거의 중단되었습니다. 제주도의 경우도 굿은 축소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무악을 울리면서 무당이 춤추고 노래하는 선 굿이 점차 사라지고 대신 앉아서 비손으로 간단히 끝내는 '아진' 즉 앉은굿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주도 당굿의 특징은 참여자가 모두 여자라는 점에 있습니다. 남자들은 포제라고 부르는 유교식 제사로 마을신앙 행위를 하고 여자들은 따로 굿을 통해 마을과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고 생업의 번창을 비는 이중구조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육지의 경우 마을굿의 중심세력은 대개 남자들입니다. 여자들은 제관이 되는 법이 거의 없고 굿의 준비과정에도 별로 참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남자들이 제물을 직접 장만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들은 굿 구경조차 못하게 하는 마을이 적지 않았습니다. 무속을 흔히 여성문화라고도 하지만 무당을 제외한 여자들은 대개 가정단위의 집 굿에 관여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남자들은 당굿에 참여하지 않고 여자들이 집단적인 공동체의 무속문화를 전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당굿은 여자들만의 고유한 집단 문화를 가능케 하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것입니다. 특기할 사실은 굿을 통해 여성들이 자신의 존재를 튼튼히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특히 해녀들이 중심이 되는 영등굿에서 잘 나타납니다. 해녀들은 그들의 단체인 해녀 조합의 이름으로 영등굿을 하는데 굿을 통해 마을의 기타 공공조직에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한편 실력을 확인, 긍지를 갖고 외부와 관련을 맺게 하는 기능을 발휘합니다. 해녀들이 벌이는 굿에는 마을 유지들이 거의 다 손님으로 옵니다. 어촌계장이나 수협 직원은 물론이고 이장, 지서장, 중학교 교장선생님, 우체국장 등 공적인 마을의 기관장들이 대거 참여해서 상대적으로 해녀의 마을 안에서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여자들은 굿을 통해 풍요와 안녕을 빌고 결속력을 다지는 것을 넘어 사회 안에서 자신들을 보다 힘 있는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유지하는 마을에서 주민 전체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살아 움직이는 굿이 있습니다. 동해안의 별신굿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생업의 필요에서 굿을 하고 있습니다. 어민들은 생존의 위협이 현실적인 바다를 삶의 근거지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어업은 위험할 뿐 아니라 농업에 비해 투기성이 강하여 현실적인 종교인 무속신앙에 크게 의지해왔습니다. 또한 조업과정에서 공동 작업이 요구되고 생산 수요의 관계에 따라 가격이 일정치 않은 관계로 판매에서도 보다 유리한 값을 받기 위해서는 협동이 필요하다는 삶의 조건이 해안지역에서 굿이 존속해올 수 있는 바탕이 된 것입니다. 특히 동해안은 해안이 밋밋하여 어항이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소규모의 인근 어업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는 서해안이나 남해안의 조업보다 훨씬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마을굿이 거의 소멸한 서남해안에 비해 지금까지 굿이 살아있는 지역으로 남아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굿은 정상적인 전승이 불가능해서 굿을 보호하고자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굿들입니다. 이러한 굿은 대부분 주민들의 참여가 자발적이지 못하고 관이 주도하는 공연이 되기 쉽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황해도 대동굿이 있는대요. 황해도 대동굿은 원래 황해도 서해안에서 전승되던 마을굿입니다. 남북이 갈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지연을 완전히 떠나있기 때문에 사실상 전승이 불가능한 상태지요. 이런 굿은 토박이가 없는데다가 그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적어 결국 관에서 주관하게 되고 외부인을 위한 공연이 되기 쉬운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전통대로 황해도 굿을 해낼 수 있는 무당의 기량을 유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문화재 지정을 받지 못한 평안도 굿의 전승이 거의 사라진 것을 생각할 때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이런 방식의 전승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경기도 부천과 인천 등지에서는 세습무들의 도당굿이 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무당들이 노쇠하여 사망함에 따라 대부분 전승이 중단되었습니다. 현재 부천시 중동의 장말도당굿이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당의 위치를 옮겼지만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토박이들도 거의 소멸하여 이제는 마을굿이 아니라 인근 공원에서 일반 구경꾼들을 위한 공연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의식이 살아있는 마을굿은 건강한 무속의 힘을 내포하고 있어 중요한 문화현상이지만 급격히 소멸되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무당의 마을굿은 대략 네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부군당 굿, 도당굿이라는 이름으로 도시 속에서 잔존하는 서울의 마을굿이 있고 둘째는 제주도의 당굿이 있습니다. 제주도는 여성들이 굿이 주관한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셋째로 동해안의 어촌에서 전승하는 별신굿은 비교적 과거의 전통을 충실하게 전승하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소위 인간문화재들이 주도하는 굿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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